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톰 소여의 모험(Adventures of Tom Sawyer)
2장에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톰이 이모에게 벌로 엄청나게 긴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하게 됩니다.
화창한 토요일 아침, 친구들은 모두 신나게 놀고 있는데,
톰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에 갇혀버렸죠.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 Project Gutenberg
START OF THE PROJECT GUTENBERG EBOOK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BY MARK TWAIN (Samuel Langhorne Clemens) CONTENTS CHAPTER I. Y-o-u-u Tom—Aunt Polly Decides Upon her Duty—Tom Practices Music—The Challenge—A Private Entrance CHAPTER II. Strong Temptations—Strateg...
마크 트웨인이 묘사하는 당시의 배경과 톰의 심정을 원문으로 직접 읽어보면
그 절망감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1884년 초판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2장
Saturday morning was come, and all the summer world was bright and fresh, and brimming with life... Tom appeared on the sidewalk with a bucket of whitewash and a long-handled brush. He surveyed the fence, and all gladness left him and a deep melancholy settled down upon his spirit. Thirty yards of board fence nine feet high. Life to him seemed hollow, and existence but a burden.
[번역]
토요일 아침이 왔다. 온 여름 세상은 밝고 신선했으며 생명력으로 넘실거렸다... 톰은 흰 페인트 통과 긴 자루가 달린 붓을 들고 보도에 나타났다. 그는 울타리를 쭉 훑어보았고, 모든 기쁨은 그를 떠났으며 깊은 우울함이 그의 영혼에 내려앉았다. 30야드 길이에 9피트 높이의 판자 울타리. 그에게 삶은 공허해 보였고, 존재는 그저 짐일 뿐이었다.
[해설]
brimming with life(생명력으로 넘실거리는),
a deep melancholy settled down(깊은 우울함이 내려앉다),
hollow(공허한), a burden(짐) 같은 표현들은,
화창한 여름날의 생동감과 톰의 절망적인 심정이 극적으로 대비되며,
'페인트칠'이 얼마나 끔찍한 '일(Work)'인지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친구들이 놀리러 오자, 톰은 천재적인 꾀를 냅니다.
그는 페인트칠이 벌이 아니라,
마치 진정한 예술가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대단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일인 척 연기합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작품을 감상하고,
섬세한 붓 터치를 더하는 등 완전히 몰입한 모습을 보여주죠.
친구 벤이 놀리려고 다가오자,
톰은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벤, 넌 이해 못 해.
톰은 중요한 일을 한다는 듯 말합니다.
폴리 이모님은 이 울타리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아마 천 명, 아니 이천 명 중에 한 명 정도나 제대로 할 수 있을걸.
벤은 자기가 가장 아끼는 사과를 주면서까지
제발 한 번만 칠하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톰은 튕기면서, 마지못해 "아주 마지못해" 허락해 줍니다.
곧 동네의 모든 아이들이 연, 구슬, 심지어 죽은 쥐까지
온갖 보물을 바치며 톰의 '일'을 할 기회를 얻으려고 줄을 섭니다.
톰은 그날 오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완벽하게 칠해진 울타리와 주머니 가득한 전리품을 얻게 됩니다.
1884년 초판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2장
바로 어떤 '일'이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톰 소여 효과(Tom Sawyer Effect)'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영어 공부는 저 울타리 페인트칠처럼 느껴집니다.
단어 목록을 외우고, 문법 규칙과 씨름하고,
억지로 말하기 연습을 하고... 시험이나 직장,
미래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소설 말미에 이 상황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원문]
Work consists of whatever a body is obliged to do,
and that Play consists of whatever a body is not obliged to do.
[번역]
"일(Work)이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모든 것이고,
놀이(Play)란 억지로 할 필요가 없는 모든 것이다."
지루한 일과 신나는 놀이의 차이는 활동 그 자체가 아니라,
통제권을 갖는다는 느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지요.
톰이 어떻게 '일'을 '놀이'로 바꾸었는지,
그 흥미진진한 대화를 원문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부분은 영어식 유머와 설득의 기술을 배우는 데 아주 좋은 교재입니다.
벤이 증기선을 흉내 내며 나타나 톰을 놀립니다.
"Hi-Yi! You’re up a stump, ain’t you!”
No answer. Tom surveyed his last touch with the eye of an artist...
"Hello, old chap, you got to work, hey?”
Tom wheeled suddenly and said: “Why, it’s you, Ben! I warn’t noticing.”
[번역]
"야! 너 완전 곤경에 빠졌구나, 그렇지!"
대답이 없었다. 톰은 예술가의 눈으로 자신의 마지막 붓질을 감상했다...
"안녕, 친구. 일해야 하는구나, 응?"
톰이 갑자기 휙 돌아서며 말했다. "어, 벤 너였구나! 알아채지 못했어."
You're up a stump는 '곤경에 빠지다', '어쩔 줄 모르다'라는 뜻입니다.
톰이 예술가인 척(with the eye of an artist) 연기하며
벤의 말을 무시하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What do you call work?”
“Why, ain’t that work?”
Tom resumed his whitewashing, and answered carelessly:
“Well, maybe it is, and maybe it ain’t. All I know, is, it suits Tom Sawyer.”
“Oh come, now, you don’t mean to let on that you like it?”
The brush continued to move.
“Like it? Well, I don’t see why I oughtn’t to like it.
Does a boy get a chance to whitewash a fence every day?”
[번역]
"뭘 보고 일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이게 일이 아니라고?"
톰은 다시 페인트칠을 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글쎄, 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내가 아는 건, 이게 톰 소여한테는 딱 맞는다는 거야."
"에이, 설마. 너 이게 좋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붓은 계속 움직였다.
"좋냐고? 글쎄, 내가 이걸 좋아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
사내아이가 매일 울타리 페인트칠 할 기회를 얻는 것도 아니잖아?"
let on that you like it(좋아하는 척하다, 내색하다)이라는 구절과,
페인트칠을 '매일 오는 기회가 아닌 것'(a chance)으로 재정의하며,
톰은 평범한 일을 희소성 있는 특권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결국 벤은 자신의 사과를 전부 바치고 나서야 페인트칠을 할 '특권'을 얻게 되죠.
Tom gave up the brush with reluctance in his face, but alacrity in his heart.
톰은 얼굴에는 마지못한 기색을 띠고, 마음속으로는 잽싸게 붓을 넘겨주었다.
reluctance(마지못함)와 alacrity(민첩함, 활기)라는
두 단어가 톰의 속마음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내재적으로 동기 부여를 느끼려면,
즉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싶게' 만들려면
우리에겐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자율성 (당신이 대장):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
유능감 (점점 잘하고 있어!): 자신이 유능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
관계성 (우리는 한 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톰은 친구들에게 이 세 가지를 모두 주었습니다.
그들이 페인트칠을 '선택'하는 것처럼 느끼게 했고(자율성),
그것이 특별한 기술인 것처럼 느끼게 했으며(유능감),
자신의 독점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일원처럼 느끼게 했습니다(관계성).
영어도 '하기 싫은 일'에서 '게임'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 톰이 친구들에게 돈을 주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얘들아, 페인트칠 좀 도와주면 사과 하나 줄게.
아마 친구들은 비웃었을 겁니다.
사과 하나 때문에 내 소중한 토요일을 망치라고??
1942년, 미국의 심리학자 레오 크레스피(Leo Crespi)는
쥐를 이용한 미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행동심리학의 패러다임에 균열을 일으킨
혁명적인 연구였습니다.
Crespi effect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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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룹: 미로를 통과하면 먹이 1개를 줬습니다.
B 그룹: 미로를 통과하면 먹이 16개를 줬습니다.
C 그룹: 미로를 통과하면 먹이 256개를 줬습니다.
1단계 결과: 보상이 클수록 쥐들은 미로를 더 빨리 달렸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고전적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였죠.
보상이 클수록 행동 빈도와 강도가 증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험의 진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크레스피는 모든 그룹의 보상을 16개로 통일해버렸습니다. 행동주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쥐가 이제 동일한 속도로 달려야 했습니다. 보상이 똑같으니까요.
2단계 결과: 1개 →
16개로 보상이 늘어난 A 그룹: 원래부터 16개를 받던 B 그룹 쥐들보다 훨씬 더 빨리 달렸습니다. 마치 "와! 보상이 16배나 늘었어!"라며 흥분한 것처럼.
256개 → 16개로 보상이 줄어든 C 그룹: 원래 16개를 받던 B 그룹은 물론, 원래 1개만 받던 A 그룹 쥐들보다도 훨씬 느리게 달렸습니다. 심지어 어떤 쥐들은 미로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치 "뭐? 고작 16개라고? 농담하는 거야?"라며 분노한 것처럼.
이게 바로 '크레스피 효과(Crespi Effect)'입니다.
교훈은,
우리의 동기는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기대치와 어떻게 비교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톰은 예측 가능하고 거래적인 보상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훨씬 더 강력한 것,
즉 특별하다는 느낌과 일을 잘 해냈다는 자부심을 제공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영어 학습에 대한 최고의 보상은 내재적인 것 아닐까요?
자막 없이 영화를 이해했을 때의 희열,
원어민과 자신감 있게 대화했을 때의 뿌듯함,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즐거움. 이런 것들은 결코 힘을 잃지 않는 보상처럼 말이죠.
보상이 까다로울 수 있다면, 보상이 아예 없다면 어떨까요?
수십 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어떤 종류의 강화 없이는 학습이 일어날 수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에드워드 톨먼과 그의 '잠재 학습(Latent Learning)'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Latent learning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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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의 쥐를 상상해 보세요.
10일 동안, 쥐는 출구에 치즈가 없는 미로를 돌아다닙니다.
별로 배우는 것 같지 않습니다.
11일째, 과학자가 출구에 치즈를 놓습니다.
12일째, 그 쥐는 첫날부터 치즈를 받았던 쥐들보다
훨씬 더 빠른 기록으로 미로를 탈출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쥐는 내내 배우고 있었습니다!
10일 동안, 쥐는 미로의 '인지 지도(cognitive map)',
즉 머릿속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지 그것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을 뿐입니다.
동기(치즈)가 나타나자, 그 모든 숨겨진 학습 내용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당신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있지 않을 때조차도,
당신의 뇌는 끊임없이 영어라는 인지 지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출퇴근길에 영어 팟캐스트를 틀어놓을 때,
몇 단어밖에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뇌는 언어의 리듬, 억양, 소리를 흡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이미 많이 알고 있는 주제(예: 요리, 축구, 역사)를 골라
영어로 된 유튜브 비디오를 시청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기존 지식이 맥락을 제공하여 새로운 어휘를 습득하기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톰 소여 시대 이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삶의 '울타리들', 즉 의무처럼 느껴지는 과제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하지만 톰 소여가 가르쳐 준 것은
배움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겁니다.
우리는 그 과제를 벌로 볼 수도 있고,
캔버스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억지로 해야 한다고 느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즐길 수도 있습니다.
영어 학습은 페인트칠해야 할 울타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상, 새로운 우정,
그리고 새로운 버전의 당신 자신을 여는 열쇠입니다.
자, 오늘 당신은 어떤 '울타리'를 놀이터로 바꿔 보시겠습니까?